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딜 테이블 위에서 수백억 단위의 거래를 설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정작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잊게 된다. “나는 매일 어떻게 돈을 벌고, 지키고, 불리고 있는가?” 이 책은 바로 그 원초적 물음을 던진다. 16년간 은행 창구에 앉아 수천 명의 고객을 관찰한 저자가, 사람들의 돈과 얽힌 희로애락을 날것 그대로 펼쳐놓는다.
PE에서 우리는 기업의 현금흐름과 자본구조를 분석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것은 ‘개인의 현금흐름과 자본구조’다. 놀랍게도, 그 원리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은행 창구 = 가장 정직한 실사(Due Diligence) 현장 같은 …
저자가 일하는 은행 대출 창구는 일종의 미시적 실사 현장이다. 대출 업무는 일회성이 아니다.
고객의 소득, 자산, 부채, 히스토리를 깊이 파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건 마치 DD(실사) 과정에서 기업의 실체를 파악하듯, 저자는 창구에서 사람들의 재무적 실체를 관찰했다.
30대 지민 씨는 프랜차이즈 분석 업무를 하다 커피 전문점 창업을 결심한 직장인이다.
두 차례 대출 상담을 거치면서도 실제 대출 신청은 미루고, 세 번째 방문에서야 비로소 행동에 나섰다.
저자는 이 과정을 ‘도전’이라는 한 단어로 포착했는데, 투자전략 업무에서 투자 결정을 앞두고 여러 차례 검토와 내부 논의를 반복하는 것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의사결정의 무게는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다.
지민 씨에게 그 상가 계약금은, 우리에게 LOI(Letter of Intent)를 서명하는 순간만큼이나 무거웠을 것이다.
코스트 에버리징에서 역모기지론까지 — 개인 포트폴리오의 생애주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20대부터 80대까지 생애주기 전체를 관통하는 자산 전략을 실제 인물들의 사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 생애 단계 | 사례 인물 | 핵심 전략 | 투자전략 관점의 대응 개념 |
|---|---|---|---|
| 20대 프리랜서 | 하린 씨 | IRP·연금저축으로 분산투자 | Seed-stage 자본배분 |
| 30대 은행원 | 저자 본인 | 부동산+적립식 펀드 병행 | Growth equity 포트폴리오 구축 |
| 50대 가정주부 | 미희 씨 | 분양권 매수로 자산 확대 | Opportunistic 투자 |
| 60대 다주택자 | 만근 씨 | 저점 매수 후 장기보유 | Buy & Hold / Value Creation |
| 80대 어르신 | 익명 | 역모기지론으로 생계비 조달 | Exit via Structured Finance |
20대 하린 씨는 인터넷 방송으로 또래보다 빨리 자산을 축적했고, 다양한 금융상품에 안정적·공격적 투자를 적절히 배분하고 있었다. IRP와 연금저축을 합산해 연간 1,800만 원까지 불입하고, 세액공제 한도 900만 원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는 VC(벤처투자)에서 말하는 ‘초기 자본배분의 효율성’과 맞닿아 있다.
젊을 때 세제 혜택이라는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펀드 레벨에서 GP commitment를 초기에 확보하는 논리와 유사하다.
50대 미희 씨의 사례는 더 흥미롭다. 친척의 권유로 경기도 외곽 오피스텔에 투자해 10년 넘게 분양가 이하의 교착 상태를 겪었지만, 이후 아파트 분양권 매수로 수배의 수익을 올렸다.
실패 경험이 더 좋은 투자 판단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학습 곡선(Learning Curve)’ 사례다.
저자는 이를 “몇 번의 실수가 더 좋은 투자를 만든다”는 장(章)으로 정리했는데,
투자전략 업무에서 포트폴리오 복기(Post-mortem)를 통해 다음 빈티지의 성과를 개선하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80대 어르신의 역모기지론은 개인 자산의 Exit 전략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취급하며, 주택 가격 12억 원 이하·부부 합산 1주택·55세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평생 축적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Liquidity Event)하여 생계비로 전환하는 구조인데, 이를 Structured Finance의 관점에서 보면 자산담보부 연금이라는 독특한 금융공학이다.
‘새옹지마 투자론’ — 불확실성에 대한 정직한 고백
전문 투자자일수록 “이 딜이 옳다”는 확신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겸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이 책의 2장에서 저자는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투자에 옳고 그름이 없다고 말한다.
2021년 상승장 막판에 집을 산 사람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당시에는 “마지막 열차”라는 심리로 매수했지만, 1~2년 뒤 수억 원씩 하락한 집값을 보며 후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단정 짓지 않는다.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지만 그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우리는 알 수 없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는 투자전략에서 빈티지(Vintage) 효과를 논할 때와 같은 구조다.
2021년에 높은 멀티플로 투자한 펀드가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아니고, 2023년 저점에 투자한 펀드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검토한 뒤, 현재 주어진 선택에 충실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결론은, LP와 GP 모두에게 유효한 원칙이다.
인플레이션, 장기 우상향, 그리고 시간의 복리
저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두 가지 진리가 있다.
첫째,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둘째, 현금만 보유하는 것은 절대 최선이 아니다.
강남 아파트가 5,000만 원이던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면, 50년 전의 ‘비싸다’는 판단은 장기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저자의 연금펀드 운용 수익률은 평균 50% 이상이며, 이는 적립식 투자의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극대화한 결과다.
개별 종목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면, 적립식 펀드는 변동성을 최소화하며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 이는 기관투자자가 멀티빈티지 프로그램을 통해 J-커브를 완화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다.
부동산에 대해서도 저자는 명확하다.
“부를 일구고 싶다면 부동산부터 시작해서 주식으로 넓혀가라”.
거의 100%의 부자 포트폴리오에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관찰은, KB금융의 부자 보고서나 하나금융연구소의 데이터와도 일치하는 팩트라고 판단된다.
솔직한 평가
이 책의 강점
- 사례 기반 서술의 힘: 이론서가 아닌 실제 고객 사례로 풀어냈기에 공감의 밀도가 높다. 실사(DD) 보고서의 Management Interview처럼,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 20대 프리랜서부터 80대 역모기지론까지, 자산의 축적-성장-유동화 전 과정을 한 권에 담았다.
- 실패 사례의 균형감: 1장의 성공 사례와 2장의 실패 사례를 병치함으로써,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을 의식적으로 방어한다.
다만,
- 시장 구조적 맥락의 한계: 2018~2022년 한국 부동산 시장의 급등락은 정부 정책(다주택 규제, LTV/DTI 변화)의 영향이 컸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 에세이와 가이드의 경계: 이 책이 ‘에세이’인지 ‘재테크 가이드’인지 성격이 다소 모호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있는 투자 전략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만족감이 부족할 수 있다.
마무리 — 누구에게 이 책을 건넬 것인가
이 책은 이미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다.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데 첫 발을 못 떼고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저자가 재능판매 플랫폼에서 부업을 시작하며 “도전에 앞서 ‘도단 해!’라는 주문을 외운다”고 했듯이,
이 책의 본질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행동의 촉발이다.
투자전략 업무를 하면서 투자사 또는 LP 측에게 펀드레이징 피치를 할 때, 숫자만으로는 커밋먼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Track Record 위에 “왜 이 팀이, 이 전략으로, 이 시점에”라는 내러티브가 올라가야 한다.
《매일 돈 버는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개인 재테크 영역의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책이다.
숫자의 정교함은 부족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이 있다.
사회초년생, 투자 입문자, 그리고 자산 재배치를 고민하는 3040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다만 심화 투자 전략이나 정량적 포트폴리오 설계를 원한다면,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되 다음 단계의 학습으로 반드시 나아가야 한다.
“투자도 영원한 것은 없고, 그때는 옳았더라도 나중은 틀릴 수 있다는 사실. 결국 모든 일은 인과응보로 돌아온다는 사실. 너무 욕심을 부리기보다 순리대로 투자해야 한다는 진리를 배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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